[꼰대개발자가 살아온이야기#1] 면접에 관하여

#꼰대개발자가살아온이야기 #01

전제) 개인적인 사견일 뿐이고, 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일 뿐입니다.

내 인생의 첫 면접은 한국교원대학교 수학교육과 입시면접이었다. 1박 2일 코스였고 시험도 보고 면접도 보는 일정이었다. 벌써 20년도 지난 이야기라 기억이 명확하지 않을 것 같지만 지금까지 뇌리에 박혀 있을만큼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 어찌보면 이 일로 인해 수학교육과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수학교육과는 합격했었을지라도 말이다. 당시 면접관은 정확하지 않지만 3명이었고 같이 면접에 들어간 면접자도 3명이었다. 나는 가운데 앉아있었고 자기 소개 및 지원 동기,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 등을 물어보아서 어렵지 않게 소신껏 답변을 하였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에게 왔고 나는 있는 그대로 답변을 하였다.

Q) 후순씨는 신문을 자주 보시나요?

A) 네. 아버지가 신문을 구독하시고 계셔서 매일 보는 편입니다.

Q) 어떤 분야를 주로 보시나요?

A) 스포츠면과 티비 편성표를 주로 보는 편입니다.

Q) 사회, 경제, 정치면은 자주 안보시나요?

A) 네. 제가 아직 관심 가질만한 흥미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Q)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후 30분 남짓동안 내게 아무런 질문이 오지 않았다. 다른 면접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대학생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수능 시험을 대비해서 나도 일부 사회, 경제, 정치면을 보긴 했지만 그건 입시를 위함이지 당시의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면접 시간이 종료되고 면접 장소를 나오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탈락이구나. 그럼 그냥 전북대를 가야하나?" 아니면 "한기대 전산쪽으로 가야하나?"

그리고 조치원에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오면서 한참을 고민해보았다. 그래도 내 성적으로 갈 수 있고, 집안 형편을 고려해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인데 이렇게 끝나다니. 그리고 또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 면접관의 워딩을 생각해보면서... 신문을 보냐고 물었고 나는 스포츠면과 티비 편성표를 본다고 답을 하였으면 내 생각에 신문을 자주 보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보는 스포츠면의 내용이나 티비 편성표를 물어봐서 처음 질문한 신문을 자주 보시냐는 것에 대한 사실 확인을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아니라면 첫 질문이 잘못되었다. 사회, 경제, 정치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으신가요? 라고 물었으면 입시 준비를 위해서 어쩌고 저쩌고라고 했을 것이고 그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라고...

물론 꼭 이 때문에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 맘 편하자고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을 때 아버지는 딱 한마디로 정리해주셨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너도 잘못이지만, 아버지는 그 면접관이 좋은 면접관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고"

나는 면접관을 꽤 오래하였다. 마이다스아이티라는 첫 회사 입사 이후 3년차때부터 리더를 맡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중간에는 인재선발위원회에 속하게 되면서 개발자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원자들도 면접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보통 면접을 보는 편이다. 물론 신입과 경력 지원자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게 보지만 말이다. (이 내용은 다른 글을 통해서)

  1. 이력서 및 관련 사이트 (깃헙, 블로그 등등)을 최대한 상세히 보려고 노력한다. 깃헙을 사용하는 지원자는 최대한 pr 하나를 보내보려고 노력한다.
  2. 이력서를 보고 호기심을 이끄는 지원자를 서류통과시킨다. (나는 이력서에 나와있지 않은 내용은 철저히 물어보지 않는 편이다.)
  3. 이력서에 본인이 해봤다고 하는 그 내용을 기준으로 진짜 해본건지 아니면 발만 담근건지 아니면 들어만 봤는데 쓴건지를 면접 때 깊게 물어본다.
  4.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해야하는 일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본다.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본인이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곳)
  5. 개발자라면 지속적으로 이 힘든 일을 계속 배우면서 정진해 나갈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신입/경력 다른 포인트로)

그런데 가끔 아는 취준생들이나 지인들에게 이런걸 듣게 된다. 그 회사 지원했는데 내가 써논 이력서에서는 아무것도 안물어보던데 (물론 화자 기준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여러 회사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면접관들 또한 많이 만나보았다. 그러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은 진짜 이력서에 나와있지 않은 것만 물어본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더라.

아니 그럼 이력서를 왜 쓰라고 한거지? 그 사람에게 확인하고 싶은게 대체 무엇이지? 이력서에 쓴걸 다 진짜라고 믿어서 그 외에 것들을 물어본다고 하면 난 할 말이 없다.

그럼 내가 당신을 면접볼 때 내가 알고 당신이 모르는 걸 물어보면 답 하나라도 할 수 있을까? 진짜 한번 해봐?? 아니 왜 모르는걸 물어보지? 모르는걸 아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어디있다고??

내가 생각했을 때 이력서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 중에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은 이게 아닐 까 한다.

"해당 업계에서 알아야 할 최소한의 기본 혹은 기반 지식"

이력서에 보통 쓰지 않기 때문에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도 면접관마다 수준이 케바케긴 하다... 이래서 면접이 운이라고 하는걸지도 ㅠㅠ

아무튼... 많은 면접관 여러분~ 면접은 면접관의 지식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면접자의 태도, 열정, 지식, 사고방식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자꾸 이런 얘기 들리면 정말 너무 안타까워요. 모든 개발자들이 행복하게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게 면접인데 그 면접이 이렇게 꼬여있으면 지원자는 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지원자가 무슨 만능도 아니고... 면접관 당신도 만능 아니자나요!! 저도 절대 영원히 만능이 될 수 없습니다. 지향할 순 있지만...!!

그리고 지원자 여러분들께도 이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오늘 오전에 출근하면서 쓴 페북 포스팅을 여기에.. (써두 되는지는 팝잇 관리자님 판단을)

https://bit.ly/2AGgtlN

ps) 좋은 면접관을 만난 이야기, 또한 좋은 면접 문화를 가지고 계신 분들 팝잇에 공유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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