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숀 안 대고 닐로 먹기라고 느꼈을까?

* 현재 언쟁 중인 어뷰징의 사실 여부는 다루지 않습니다. 대중의 어뷰징 판단에 어떠한 근거에서 촉발된 것인지만을 다룹니다.

원래 이걸 하려고 크롤링한 데이터는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내 인생 모토..) 지니 일별 차트를 3년치 정도 크롤링했다. 때마침 숀이 차트 1위를 하면서 어뷰징이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하길래 데이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수는 없고 대중이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궁금했다.

마침 데이터도 있으니 살펴보자..!

대략적인 여론을 살펴봤을 때 대중이 이상하게 느끼는 포인트는 인지도가 낮은 가수가 너무 급작스럽게 1위에 등장했다는 것이었고, 반론으로는 아이돌만 1위를 할 수 있느냐여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알고 싶은 것 : 왜 사람들은 숀, 닐로의 경우를 어뷰징이라고 생각할까?

1. 추정 : 잘 모르는 가수가 '급작스럽게' 1위에 올랐다.

-> 1위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떻게 분포하며, 숀, 닐로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2. 반론 : 아이돌이 아니어도 1위를 할 수 있지 않느냐?

-> 1위 중 아이돌의 비중은 어떠한가?

멜론을 하고 싶었지만 멜론은 일별차트를 제공하지 않았다. ㅠㅠ 스트리밍 시장에서 멜론의 점유율이 높을 텐데 크롤링하지 못해 아쉽다.

크롤링한 결과 2015년부터 2018년 7월 17일까지 1위를 해본 가수는 191명이고, 1위를 한 곡은 367곡이었다. 이 데이터를 대상으로 차트에 최초로 1위를 한 시기에서 최초 등장한 시기를 빼서 1위까지 소요된 시간을 구했다.

그래프를 보면 대다수의 곡들이 발매후 1일 내에 1위를 하고 있다. 0일(당일)에 1위를 한 곡이 162곡, 1일 후 1위를 한 곡이 179곡이니 전체 중 93%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1일 이상 걸리는 곡이 예외 상황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걸 시작할 때는 사실 1위에 소요되는 시간이 이렇게까지 짧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막상 결과를 보니

1. 1위를 한다는 건 1위할 정도로 인기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단기간 내에 차트 1위에 안착하거나

2. 1위를 만들고 싶은 아이돌 팬들이 발매 직후 스트리밍, 다운 공세를 하거나

3. 묵묵히 성실하게 차트 아래부터 올라가거나

세 가지 경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가 1일 이내로 완전히 쏠려 있어서 나머지 일수에서의 경향성은 보이지 않는다.

닐로는 15일, 숀은 7일이 걸렸는데 참고로 갤럽 리서치에서 발표한 2017년 최고의 가요 윤종신의 '좋니'는 1위까지 44일이 걸렸다.

1위까지 소요된 시간을 보고 나니 1위 진입까지의 속도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똑같이 10일이 걸리더라도 5위에서 1위가 되는 경우와 100위에서 1위가 되는 경우는 속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1위-차트 첫 진입 순위)/(차트 첫 진입부터 1위까지 소요 시간)으로 구했다. 곡 별로 속도를 구해 그래프로 그려보았다.

속도 상으로는 숀이 4위, 9위를 하였다.

사실 닐로나 숀보다 속도가 빨랐던 곡들은 타이틀만 봐도 화제성이 대단했던 곡들이라 수긍이 가는데 닐로, 숀도 비슷한 파급력이 있었는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할 일인 것 같다.

좀 더 자세한 데이터도 첨부하였다.

실제로 차트 1위를 아이돌이 많이 하는지도 궁금해서 1위 중 아이돌이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보았다. 0이 아이돌이 아닌 경우이고 1이 아이돌인 경우이다. 이 때 아이돌은 젝스키스, 신화 같은 구오빠들도 포함하였다. 전부 합쳐 72명이니 36%정도에 해당한다. 이렇게 봤을 땐 차트 1위를 아이돌이 점령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이돌이 아니어도 차트 1위는 할 수 있으며, 다만 2일 이상 소요되었고 빠른 속도로 차트 1위에 진입한 경우는

1. 단기간 내 차트 상승할 만한 외부 호재(유튜브? 라디오? 드라마 OST?)가 있었는가

백아연 - 이렇게 우리(용팔이 OST), 인크레더블 & 타블로 & 지누션 - 오빠차(쇼미더머니)

2. 이미 인지도가 있는 가수이거나

헤이즈 - 비도 오고 그래서 (언프리티 랩스타2에 피쳐링한 신용재도 인지도 있는 가수였음)

인데 숀, 닐로는 1에는 이미 해당하지 않는다. 2의 경우 인스타그램 팔로워나 지니, 멜론, 네이버 뮤직의 좋아요 같은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겠지만 스냅샷 데이터가 없어서 판단을 보류했다.

정리하자면

- 숀, 닐로의 차트 1위는 1위 달성의 전형적인 패턴은 아니었다.

- 1위 달성의 전형적인 패턴이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 차트 어뷰징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원래 가수의 인지도가 높거나 외부 호재가 영향을 준다.

- 외부 호재가 없다면 비슷한 속도로 차트 1위를 한 가수들과 인지도가 비슷한 수준인지 보는 사람이 판단하면 될 것 같다.

덧. outlier detection을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가진 변수 자체가 적었고, 단순히 scatter plot으로 찍어봤을 때는 하는 게 의미 없어보였다. 이전에 1위를 몇 번 해본 가수인가, 공식 팬클럽이 존재하는가, 차트 진입 당시 sns 영향력 뭐 이런 걸 더 추가 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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