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세이#4] 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 개발자

#개발에세이 #4

"권순필 - 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 개발자" 제목을 정하고 나서 정말 내 나름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써내려가려고 한다.

레간자를 처음 만난 그 때. 때는 아마도 상대원에서 판교로 사옥을 막 이사했을 때였을거다. 맞나? 일단 내 기억데로 쓰고 나중에 검토를 ㅎㅎㅎ... 생긴건 midas NFX 부산 세미나에서 찍은 요 사진으로.

https://github.com/whosoonhwang/resources/blob/master/spkwon.jpg

midas NFX -> http://www.midasnfx.co.kr/

딱봐도 말 수 없을 것 같은 친구가 팀으로 왔다.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너무 조용했다. ^^ 근데 난 참 맘에 들었다... 왠지 실력이 좋을 것 같은 친구였다... 느낌 같은 느낌이~~ 그 당시에 우린 midasNFX를 새로운 4세대 인메모리 DB(이전글: 4세대 인메모리 DB 개발 회고)와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첫번째 프로젝트를 맨바닥부터 설계하고 기반 작업을 할 때였다. 이 친구는 티맥스 OS에서 드라이버 개발을 하다가 온 친구였지만, 일단은 기존에 개발해서 출시했던 제품들 위주로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팀내에 녹아들었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기반 작업이 되어서 이제 여러명이 투입해서 기능을 막 붙일 때가 되었고, 그래픽 전공 개발자가 물론 몇명 있었지만 그 쪽도 할 일이 많아서 (이전글: 개발에세이2-후처리 개선기) 경계조건 및 하중 종류별 레이블을 개발할 담당자가 필요했고, 그래픽 전문가와 협의 후에 이 친구에게 그 롤을 맡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출시가 되었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코드를 담아낸 프로젝트로 인정받은 ^^ 암튼.. 자랑(?)은 여기까지 하고.. 이 친구 또한 레이블에 대한 구조를 굉장히 잘 담아내었다. 기존 회사에서 경력이 1년뿐인 친구였지만, 내가 보기엔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친구로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3D CAD 프로젝트를 위해서 팀을 옮기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왔고 내가 하던 업무를 누군가에게 넘겨야 했다.

나는 그 당시 우리 팀을 이끌던 임원분께 말씀을 드렸다. "순필이에게 다 넘기고 가겠습니다. 2달동안 업무 중단시키고 인수인계만 하겠습니다."라고... 그리고 그렇게 하라는, 잘 넘겨달라는, 잘 가르쳐달라는 얘기를 듣고 2달 짜리 인수인계 계획서를 순필이와 협의(?)해서 일정을 잡고 다시 임원분께 보고하고 진행을 하였다. 그 뒤로 2달간은 그냥 계속된 교육(나)과 소스 파악(순필), 그리고 더 나은 개선방향을 찾으면서 순식간에 지나갔고, 나는 떠났고 그는 남았다.

그리고 그 3년이 흘러 이 친구와 다시 내가 있던 팀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잠깐 첨언하자면 이 친구가 3년동안 그 팀에서 나보다 더 훌륭히 많은 일을 해왔고 많은 개선을 하였고 이제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그런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 친구와 그리고 성장한 이 친구와 다시 일하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벅차 있었다.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혼자 할 수 없어서 저지르지 못한 것들... 이 친구와 함께라면 가능하니까 (물론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큰 모듈을 하나둘씩 맡고 있었...)

그 당시 나는 3D CAD 프로토타입 및 그 이후에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하고 새로운 통합 솔루션인 midas Plant(http://midas-plant.com/) 아키텍트 역할을 맡으며 미친듯이 개발할 때였다. 그리고 내가 하려고 했지만 미루고 있던 엄청 큰 덩어리를 이 친구에게 툭 던져주었다. (미안.. 설마 나 미웠던건 아니지??) 목표와 방향, 그리고 마지막 청사진만 딱 공유하였고 현재 프로젝트의 구조 및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 후론?? 그냥 개발이다. 혼자 설계하고 가끔은 확인하고, 그리고 진행하고... 그 당시 가장 어려웠던 모듈이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해냈다 ^^ 한참 바쁠 때였는데.. 갑자기 주말에 늦게 출근을 다시(정말 갔다가 다시 왔다) 하길래...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 친구의 답은 "어제 얘기한거 풀어낼 알고리즘이 떠올라서 까먹기 전에 코딩하려구요...." .. 아 그래.. 너는 그런 녀석이었지 ㅋ

암튼 이렇게 midas Plant를 세상에 내놓았고 우리는 또... 아니구나 이 친구는 내놓기 직전에 나보다 6개월 먼저 웹 세상으로 또 옮겨갔다.. 정말 아쉬웠다... 어쩌면 내가 웹으로 갈 때 마음이 놓였던 이유 중 하나가 이 친구가 가있었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확실하고 확신한다~

그로부터 6개월 후에 난 웹으로 넘어갔다. (이전글: C 그리고 C++의 세상에서 Java의 세상으로)

웹으로 넘어가서 딱 일주일 후부터 자바 및 스프링 교육을 내가 하고 있었고 (그 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 넘어가기 3주전에 그 얘길 들어서) 그리고 내가 교육을 한 이유는 기존 멤버들은 이미 프로젝트로 인해서 진짜 말도 안되게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암튼.. 내가 교육을 하면서도 실제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지를 이 친구와 언젠가 소개할 종협이라는 친구 둘에게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답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점점 웹에 적응해나갔고, 내가 웹솔루션개발2팀장을 맡았을 때 이 친구가 파트장을 맡아 주었고, 나의 짐을 정말 크게 덜어주었으며, 팔로워에게 존경받는 리더로 성장해있었다.

한번은 순필이 파트원 중 한 친구와(이 친구도 언젠가) 면담을 하다가 순필이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나에게 해왔다. (이 자식이 지금 나랑 면담하는데;; ㅋㅋ) 암튼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파트원이 그 당시에 매일 새벽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할 만큼 개발을 좋아하고 또 욕심도 큰 파트원이었다. 물론 개발 실력은 두말할 필요 없구.. (그리고 매일 회사에서 잔다;;; 주말에 의정부에서 어머님이 캐리어에 옷을 담아서 판교로 가져올만큼 그 당시에 엄청난 열정 페이(?)를 보여주었다. 아 그래서 포르쉐를 한달간 타는.. 아.. 면허가 없어서 우리가 몰고 그는 타는 월최수우상도 받았었다. 아 또 얘기가 샜다.. ㅠㅠ) 암튼 둘간의 대화이다. (내 기억으로 하는거라 정확하진 않습니다.)

파트원 : 저 지금 하고 있는게 정말 잘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너무 시간만 끌고 성과가 안나오는건 아닌지 너무 걱정입니다.

파트장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파트원 : 다른 팀원들이 일을 해나갈 수 있게 빨리 제가 끝내야 하는데, 제 스스로 만족을 못해서 자꾸 뒤집어 엎고 바꾸고 또 지우고 하는 일을 지금 2달(?)째 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파트장 : 그게 개발 아닌가? 나는 너가 너무 자랑스러운데, 너가 지금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니까 내가 미안해지네. 내가 너와 소통이 부족해서 너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분명히 말하는데 넌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고, 나는 너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고, 앞으로도 너를 신뢰할꺼고, 지금 너가 하는게 혼자서 하기 부담스러우면 내가 도와줄테니 언제든 말해라.

파트원 : 아닙니다. 이 모듈은 제가 제 힘으로 끝내겠습니다. 조금만 더 아니 다음주까지만 기다려주세요.

파트장 : 다음주가 아니라 이달 말까지 해서 이게 마무리 되면 너는 엄청난 성과를 우리 팀에 안겨준거야. 미리 말할께, 정말 수고 많았다. 왜? 너는 다음주까지 이 모듈을 완성할꺼니까. 힘내자.

아마 내가 약간(?) 사설을 붙이긴 했겠지만 (그리고 이 글을 이 둘이 다보게 될꺼니, 이상하면 그 때 수정). 대화의 맥락은 분명했다. 파트원은 부담스러워하고 파트장은 믿어 주고, 파트원은 자기가 스스로 해내고, 물론 이 모듈은 다음주가 아닌 다음주 초에 마무리 되었고 그 뒤로 우리 팀 모두가 사용하게 되었다. 정말 중요한 것 하나. 기회를 주고 믿었으면 끝까지 믿어라. 실패해도 그건 그 사람 책임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게 지원해주지 못한 리더의 책임이 훨씬 크다.

의인불용 [疑人不用] 용인불의 [用人不疑]. 의심가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말고,. 일단 맡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 "중국의 사서인 '송사(宋史)'에 나오는 고사성어 중에서"

나는 이런 멋진 리더이자 팔로워인 순필이와 정말 행복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개발을 했던 기회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다시 이 친구와 일할 날을 꿈꾸며 먼저 회사를 나왔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고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소리 없이 강한 권순필. 조만간 술 한잔 하자.. 제발 술 한번만 마셔봐 ㅋ

아 그리고 이 친구가 소리 없이 강한 레간자라고 표현한 이유는 .. 딱 하나다

나는 일을 할 때 정말 내 리더에게 피드백을 많이 준다.. 특히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피드백, 성과 보고(팔로워들 자랑 및 포장 ㅋ)를 자주 하는데.. 이 친구는 스타일이 이렇다. 왠만한건 자기 선에서 다 처리한다. 그러나 그게 안될 때에만 딱 보고하는.. 그래서 이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서 "저기.."(아직도 형이라고 안한다.. 맨날 저기... 음.. 아니면 나를 툭 건들던가;;)라고 하면 일단 겁이 난다. 얼마나 어렵길래, 아니면 얼마나 큰 건이길래 찾아온 건지... ㅎㅎㅎ 그러나 또 항상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가 되었고, 또 다른 동료들도 이 친구를 굉장히 엄청나게 신뢰하고 팔로워 및 위의 임원분들도 정말 신뢰하는 그런 친구가 되어버렸다? ^^;; 또한 회의를 할 때에도 소통을 할 때에도 끝까지 경청을 하고, 딱 한마디 한다. "이건 이게 부족한데요?" "이건 여기에 구멍이" "이건 되겠네요" 확실하다. 이 친구가 못하면 나도 못하고 이 친구랑 하면 각자 혼자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

느낌 아니까~~~ 정말 멋진 개발자로 성장해주어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한 순필이에게..

(솔직히 이 친구 얘기 쓸게 너무 많은데... 여기서 더 쓰면 다른 사람 쓸 때랑 너무 차이가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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