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서 엔지니어로 다시 개발자로

부제 : 적응 못해서 돌아다닌 신입의 이야기(2)

1부에서 짧게 2개월의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2개월, 5개월, 8개월, 4개월이라는 경험 중에 2개월의 이야기만 푼 이유는 제 개발자 인생은 1부와 2부로 나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기에 짧지만 1부로 끊었습니다.

2개월, 5개월, 8개월, 4개월 1년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회사를 4번이나 이직하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해왔습니다.

" 20살 , 여자, 고등학교 졸업 , 거주지는 인천"


2. 최악의 키워드에서 다시 시작한 구직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두 달간의 적응 못한 신입사원이 다시 구직을 시작했습니다.  그 신입사원은 출퇴근 거리보다는 "나를 얼마나 잘 키워줄까?"라는 그 성장 가능성 하나만을 보고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프로젝트 당시, iot쇼핑카트를 하면서 폰갭을 이용하여 하이브리드 앱을 만들었습니다.

그 하이브리드 앱을 만든 것을 포트폴리오로 내밀면서 잘 클 수 있으니 데려가 달라고 열심히 어필하였습니다.

그렇게 면접을 보러 다닌 회사들이 10여 개.. 주 5일이 아닌 회사도 있었고,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을 제안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그런 회사들 가운데 신중히 생각하고 생각한 결과 한 회사를 결정하였고, 2달간 열심히 구직해서 얻은 키워드입니다.


"세전 158 월급, 서울숲역, 플레이어 운영팀, 6명 재직 중, 신입사원, PHP , HTML,  JAVASCRIPT , wowza 설치&운영, Linux, CentOS"


3. 새로운 키워드, 고려하지 못한 환경들

2017년 6월 저는 만 18세로 서울숲역에 있는 회사에서 새로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운영팀에 근무하였고, 팀이라고 하기에는 제 위에 사수는 과장님 한분이었습니다.

 만 18세로 아직 미성년 자기에 첫 달은 월급 90만 원을 받고 시작하였습니다. 성인이 되지 않은 상태로 4대 보험을 들려면 부모님 서명이 필요한 서류를 받아야 한다며, 7월부터 정식 근무하기로 하고 6월은 수습 기간으로 정하고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7월 정식 입사 후, 과장님이 한 달 뒤 그만두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회사 선택 당시 사수가 있냐에 큰 비중을 둔 저로써는 충격이었습니다. 8월까지 과장님께 힘들게 인수인계를 받고 플레이어를 혼자 운영하는 큰 모험을 시작하였습니다.

전화가 와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전화 돌려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공부하였고, 밤새어서 공부한 적도 많았습니다. 과장님이 운영하시던 플레이어를 혼자 운영하면서 리눅스부터 시작해서 php까지 다양하게 공부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 전까지는 업그레이드할 때는 sudo apt upgrade를 당당하게 눌렀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혼자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자잘한 실수들은 늘어갔습니다. 그러다 플레이어 신규 계약은 더 이상 안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LMS 운영팀이랑 합쳐지면서 저는 다시 외부 유지보수 다니는 직군으로 옳겨졌습니다.

인천에서 서울숲으로 다니는 출퇴근도 힘들었지만,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키워드가 하나 있습니다.

"부재"

실수를 해도 해결 방법을 여쭤볼 사람이 없는 것이 힘들었고,

회사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힘들었고,

운영 히스토리 없이 운영을 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 외에 힘들 것들이 한 123456가지 생각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저 세 가지였던 거 같네요. 그래서 이 눈치 없는, 세상 물정 모르는 신입은 과감히 관두고 다시 구직 시장에 나아오게 됩니다.


"21세, 여자, 고등학교 졸업, 방송통신대 1학년 재학 중, 1년 미만 경력자, PHP, HTML, CSS , CENTOS "


4. 사람 직접 만나면 되지?! 커뮤니티 하세요 두 번 하세요 세 번 하세요

5개월 다닌 회사에서 과장님께서 관두신 후, 사람이 고파졌습니다. 커뮤니티를 찾아다녔고, "치킨 모임"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제 위치는 얼마나, 또 어디쯤에 있으며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스스로 되새겼습니다. (몸이 게을러서..)

만나고 친해지면서 두 명에 대한 이야기 정도만 해볼까 합니다.

1) 비상교육 프로그래머 KDH

(이니셜만 언급해놔도 회사와 이니셜로 맞추는 사람 엄청 많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취업하기 전에 만 낫습니다. HTML을 모르던 상태로 1년간 힘들게 공부해서 비상교육에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아온 갓갓 이죠.  정신적으로 많이 배웠던 그리고 의지가 많이 되었던 , 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2) 현재도 가장 의지가 되는 남자 친구 dvmoomoodv

회사에 입사하고 HTML CSS를 하나도 모르던 시절, PHP사용 방법은 알고 있지만 PHP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던 시절 모든 기초를 잡아주고 지금도 가장 의지가 많이 되는 내 사람. 이죠

공감에 목말라있던 저는 행복해했고, 다양한 꾸중과 칭찬을 들으면서 커갔습니다(?). 정신 상태를 고쳐 먹었고,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힘들 때 불평과 하소연도 했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도 하였고 새롭게 흥미로워서 공부한 분야도 있습니다. "Linux"

이 눈치 없고 적응 못한 신입사원은 이 리눅스 공부를 하면서 어이없는 결정 합니다. 내 다음 회사는 엔지니어라고..


"21세, 여자, 고등학교 졸업, 방송통신대 1학년 재학 중, 1년 미만 경력자, PHP, HTML, CSS , CENTOS , DEBIAN"


5. 동료와의 불화, 전화, 미팅, 해고, 계약해지, 자격증, 기초공부

1) 이래서 전공 기초가 그렇게 중요 하구나

눈치 없고 적응 못한 신입 사원은 강남의 한 회사에 서버 유지보수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됩니다. 회사에 입사하며 얻게 된 키워드는 다음과 같죠.

"월급 세전 175만 원, 리눅스, 데비안, 파일서버, DNS , 네트워크, XEN, 자율 출퇴근, 동료와의 불화, 밤샘, 새벽 점검"

XEN 가상화 서버를 유지 보수하는 직군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알고 있는 리눅스는 리눅스마스터 2급 수준의 명령어 지식을 가지고 가상화 서버 유지보수 엔지니어로 가다니 용기가 참 가상한 거죠.

네트워크? Ping 날리는 것밖에 모릅니다. OSI 7 Layer? 당연히 모르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입사하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큰 사고를 치게 됩니다. sendmail 운영 서버를 정기점검하던 날,  패키지를 전부 업데이트시켜 버립니다. 해당 서버가 재시작이 안됫습니다.

다행히 야근하던 때에 (저녁 7시) 일이 일어낫고, 고객사는 강제로 퇴근을 하게 됩니다.

가상화 서버를 다시 올리고 패키지를 하나하나 다시 설치하고 php를 설치하고, apache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웹서버 스타트를 하면서 1시간을 버리게 됩니다.

저녁 9시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못해서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고, 그때 알았습니다. 모든 웹 스크립트 언어는 전부 웹서버 위에서 동작하게 된다는 것을요.

2) 미팅, 또 미팅, 또다시 미팅

근무하는 내내 미팅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버 구성해 주세요 라고 끊임없이 요청을 받았고, 그 요청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저는 절실하게 정리 , 또 정리를 하였습니다. 아는 게 없기에 한자라도 놓치지 않도록 정리하였고, 미팅이 끝나면 정리한 말들을 전부 이해할 때까지 공부 또 공부였던 거 같습니다.  한글 자라도 빼먹으면 그대로 바로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3)"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 해고, 또다시 구직 시장으로 나온 신입사원

회사가 K 대학과 프로젝트를 하던 때였습니다. 서버 구성만 계약을 하였는데, 프로토타입 개발까지 하라고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하였습니다. 당연히 이행하지 못하였고, 계약금은 당연히 받지 못하였습니다.

하나의 돈이 들어오지 못하자, 다른 돈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대표님이 따로 부르더니 가장 월급이 작고, 잘려도 타격 없는 사람부터 잘라야겠다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경영상의 이유로 권고사직합니다"라는 권고 사직서와 월급의 두배 되는 돈을 입금해준 무통장 입금 내역서를 저에게 보여 주며 일반적으로 해고를 선언합니다. 직장에서 해고됨과 동시에 저는 사회로 다시 나왔고 저는 아래와 같은 키워드를 가지게 됩니다.


"22세, 여자, 고등학교 졸업, 방송통신대 2학년 재학 중, 애매한 경력, PHP, HTML, CSS , CENTOS , DEBIAN"


4) 눈치 없이 들어간 또 다른 직장, 이번엔 계약 해지로 안녕

2개월 다닌 직장 5명, 5개월 다닌 직장 7명, 8개월 다닌 직장 4명.. 큰 회사에 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눈치 없고 적응 못한 신입 사원은 50명 이상 되는 회사에만 이력서를 넣기 시작합니다.

면접을 보면서 팀에 5명 이상 존재하는지, 개발팀과 서버 운영팀이 따로 존재하는지, 과장급 이상이 아니라 대리급도 존재하는지 꼼꼼히 따져서 들어간 회사가 청담동에 I 회사, 4개월(3개월) 다닌 회사입니다.

1차 면접 볼 당시에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수습 기간에는 계약직 계약서를 작성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이 확정됐을 시에 다시 작성해 줄 거다.라는 그 말만 믿고 입사했습니다. 입사했을 당시 해당 키워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월급 세전 200만 원, AWS 운영, 정보보안시스템팀"

AWS 운영 당연히 안 해보았습니다.  막상 입사하고 1주일 뒤에 바로 들었던 말 "대리님이 나가기로 해서 너 뽑은 건데, 대리님이 안 나가서 너 3개월 뒤에 계약 해지해야겠다."     이때 이 말을 듣고 확신을 가졌습니다.

"면접 볼 당시의 말을 100프로 믿으면 안 되는구나"

입사하고 1주일 뒤에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유일하게 한 일,

5) 모니터링

입사하자마자 바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에 유일하게 받은 업무는 모니터링입니다. AWS운영으로 입사하였지만, 거의 OP에 가까운 일을 하였습니다. 단순 모니터링이 싫었습니다.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쉘 스크립트와 파이썬을 공부하게 됩니다.

당시 모니터링 툴은 와탭과 데이터 독을 사용하였습니다. 유일하게 맡고 있던 업무가 문제가 나면 대리님께 보고하는 일이었기에,  하루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페이지 크롤링을 하여 일일 보고서를 제작하도록 만들고 대리님께 발송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커뮤니티에 있으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기에 스스로 파이썬을 공부하여서 제작하였고.. 그것을 계기로 회사에서 6개월 계약 연장을 제안받게 되지만, 단순 업무가 싫기에 그대로 계약을 종료하게 됩니다.

계약을 종료하면서 저에게 남은 키워드는


"22세, 여자, 고등학교 졸업, 방송통신대 2학년 재학 중, 애매한 1년 반 경력, PHP, HTML, CSS , CENTOS , DEBIAN, SHELL SCRIPT"


계약 종료 후 실업 급여를 3개월 받으면서 휴식기를 가지게 됩니다.

지금은 제 페이스북 프로필에도 나와 있듯이 SBS계열사에서 파견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고, 연봉은 직전 연봉에서 50% 넘게 올랐습니다.

적응 못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도 적응 중이고 하루에 사고 칠 때마다 수도 없이 퇴사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제가 겪어왔던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좋아서 버티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자입니다. 일반 프로그래밍 관련한 고등학교가 아니락 전자 관련 고등학교 졸업하였습니다.

표현할 수 없었던 다른 일도 많았고, 행복했던 일도 많았습니다.

이 "눈치 없고 적응 못한 신입사원"의 딱지가 언제 떼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적은 이유는 비전공자도 , 1년 미만의 경력밖에 가지지 못한, 최악의 키워드를 가진 사람도 존버 하면서 살다 보니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으니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표현이 다소 거칠 수 있고, 서툴 수도 있습니다. 또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저 이런 사람도 개발자 하는데 나라도 못할쏘냐?"라는 지나가는 글로 읽어 주시면.. 또 이 서툴게 쓴 근 길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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