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 기사 읽기 노하우 공개 - Kent Beck 글을 예시로

모처럼 즉흥 글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으나 필자는 팝잇의 다작 기고자이다.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일상 업무를 올리고 있기에 주변분들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하니 조심스럽다. 게다가 팝잇 운영자가 옆자리에 앉아 있기도 해서 (그가 아무런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괜시리 글 품질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Younghoe.info 운영할 때처럼 시원시원하고 파이팅 넘치는 글을 쓰려면 숙고하고 검토하는 시간 따위는 날려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는 만으로도 마흔 두살이 되었고, 한 회사의 대표이사니까 그런 욕구는 참을 수 있게 되었다.

간만에 머리아픈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 전에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위대한 Kent Beck님의 글을 어떻게 날림으로 읽었는지 공개하고자 한다. 글 쓰는 목적은 이렇다.[1]

  • 영어 울렁증이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는 팁
  • Kent Beck의 비판적 독서 노하우 은글슬쩍 노출하기
  • 이 글을 읽는 사람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을 통해 허접한 기사가 보여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자 간다~

Kent Beck의 정독하기 부담스러운 영문 기사를 어떻게 읽어 치!웠!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읽었다기 보다 '읽어 치웠다'는 점이다. 내가 석사학위까지 따면서 읽었던 수많은 원서중 상당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Spring 소스 코드를 보면서 바로 느꼈다. 그때가 2005년 즈음의 일이다. 그 후에도 나는 똑같은 시간 낭비를 했다. 바로 최근까지도 했고, 솔직히 앞으로도 할 것이다. 굳이 영어로 된 글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사과 박스로 2~3 박스의 책을 읽지도 않고 사기만 하고 재고로 쌓아두다가 버린 일이 있지만, 아직도 완전하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반성하는 태도 덕에 조금은 개선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중요한 글이니 나중에 읽자고 미루지 말고, 시간이 주어지는 한도내에서 혹은 스트레스가 너무 크지 않은 선에서 얼른 읽어 치우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내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많은 이들이 말하듯 지금은 정보화 시대다. 무슨 말이냐하면 내일 또 반드시 더 많은 중요한 글이 나온다. 지금 읽을 시간이 없으면, 내일이나 다음 달은 더 없을 가능성이 많다. 일종의 부채를 안고 사는 삶의 모습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럴싸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란거냐?

여러분이 이렇게 물어주면 좋겠다. 물론, 속으로...

내가 최근에 그렇게 해치운 글은 아래의 글이다.

How Will I Measure My Life?

도입부는 비판적 독후감이구나를 알려주는 부분이다. 물론, 최소한의 영어 읽기 능력과 배경지식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어떻게 키울지는 뒤에 다시 이야기한다.

첫번째, 읽어 치우기 노하우는 집중해서 읽을 부분을 짚어내란 점이다. 내 경우는 바로 아래 부분이다.

Just because many things that matter for a life well lived can’t be measured or compared doesn’t mean that nothing that matters can be measured and compared. I’ll walk you through my thinking so you can think of your own axes and how they relate.

대충 번역하면

잘 살기 위해 중요한 것들에 대해 비교나 측정은 헛일이다. 하지만, 그게 비교나 측정 자체가 무용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하 생략>

위 부분을 보면 앞서 읽은 책 내용 자체보다는 자신의 견해에 비중을 두고 글쓰기를 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나는 Kent가 읽었다는 글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므로 그 이하에 대해 집중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제 집중도를 조금 높이면 된다.

어디서 멈출 것인가?

뒤에 보면 굳이 블릿까지 써가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정의 축을 말해준다. 이 글의 주제란 점을 느낄 수 있다. 설사 오해라고 해도 좋다. Kent가 자신이 읽은 책을 대하듯이 어려분도 Kent의 글을 그렇게 다뤄도 무방하니까. 우리는 자유인이다.

  • Moneyoptions–not money itself, but rather the options that money creates for me.
  • Freetime–time I use as I choose.

부연하면, 돈문제Moneyoptions는 돈 자체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측정이 효과적이란 점이다. 두번째는 자유시간Freetime인데 어떤 선택에 뒤따르는 시간 사용의 자유도를 의미한다. 이들에 대한 부연을 그는 또 상세히 아래서 설명한다.

돈문제Moneyoptions에 대한 부연은 매우 흥미롭다. 결국, 모으는데 혹은 미래가 불안해서 안 쓰는 식의 습관은 의사결정 능력을 주지 않는다[2]는 사실을 배운다. 그러다가 아래 그래프가 반복되며 상세할 설명이 가해질 때 스트레스[3]를 감지한다. 한편으로는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알 것 같은 충동도 느낀다. 아무리 Kent의 글이 좋더라도 출근 길에 무거운 머리로 회사에 가서는 안된다. 직업 윤리 이전에 나는 Kent의 글보다 소중하니까... 이해는 대충 그래프나 훑으면서 (1) 내 짐작이 맞는지 혹은 (2) 맞거나 틀리거나 중요하지 않게 느끼는지 또는 (3)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지 관찰하면서 흘려버린다.

몰입을 푸는 순간을 알리는 사인

몰입을 푸는 순간을 알리는 사인

경제성의 원칙

어제 저녁 먹고 동료들과 커피 타임을 갖는데, 한 친구가 기레기들 생각을 복사한 것을 의심되는 말을 자기 생각인양 말한다. 물론, 그 속에는 그 친구의 빛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이렇게...

친구 잘 사귀라는 옛말처럼... 영어 스트레스를 이겨내고라도 좋은 글을 읽어. 기레기들 가벼운 글 읽고 세상을 오판하지 말고...

그러면서, 내 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과중에 읽었던 영감 터지는 글의 일부로 퀴즈를 내며 양질의 글이 주는 '진짜 정보'의 예를 들어주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포털 첫화면의 기사들을 볼 필요는 있지만, 가벼운 기사 몇 개 읽고 세상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소중한 인생을 낭비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영문으로 쓰였더라도 적당히 요령을 부리면 자기만의 방법으로 좋은 글을 소화할 수 있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과 적당한 스트레스 범위 안에서 말이다.

한 문단 읽는데 30분 걸리는데도...

답이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필자가 처음 원서를 읽은 때는 아마도 99년 아니면 2000년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한 페이지를 읽을 때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오기로 한 권은 반드시 읽겠다고 마음 먹었다. 악명높은 다이텔부자 시리즈라 두껍기도 했는데...

그 후에 어렵게 만들어낸 지구력(?)을 이어 나가야겠다 생각했다. 6개월에서 1년 걸려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웹 사이트(당시는 주로 JavaWorld)에서 흥미로운 주제 중에서 출력하면 5페이지를 넘지 않는 글만 골라서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3년 즈음이 흐르고 습관이 된 어느날 후배가 물었다. 형은 한 페이지 읽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쟤보지 않은지 오래 되어서 그 날 한번 쟤 보았다. 내겐 가장 익숙한 프로그래밍 문서로 제한하면 평균 3~5분이 걸렸다.

그 후 나는 원서를 10권 이상은 보았을 것이고, JavaWorld 이후에는 TheServerSide.com, InfoQ를 주간지 읽듯이 읽었다. 최근에는 한동안 못보다가 DZone 글을 월간지 수준으로 보거나 링크드인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보면 읽어 치운다. 그러다가 너무 마음에 들면 번역도 하고...

시작해보자. 글로도 좋은 친구를 사귀어보자.

주석

[1] 1순위는 '그냥 쓰고 싶어서' 혹은 '써지르고 싶어서'인데... 그건 독자분들에게는 하등 중요한 이유가 아니라 생략한다.

[2] 필자를 포함하여 절대 다수가 박정희정부 이후 새마을 운동이 촉발한 근면 운동과 저축 장려, 그리고 IMF 이후 발생한 은퇴 이후에 대한 불안 등으로 묻지마 재테크나 노후준비로 현재의 삶을 아깝게 소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3] 대강의 내용만 파악하고 싶은 때, 상세한 설명이 계속될 때 필자는 스트레스를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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