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 서비스에 빠지다

나는 이미 작년에 중국 모바일 서비스 수준에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당시 쓴 글에도 시장에서조차 위챗Wechat 페이가 현금을 대체해가는 모습과 인해전술(?)이 떠오르는 어마어마한 배달군단을 사진으로 담은 일이 있다.

중국 생활 1년 하고 8개월

이제 현금 쓸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갑 대신 대부분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그래서 가끔 휴대폰을 두고 나가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아직 중국어가 불편하니 전화 통화는 몇 시간 안 해도 상관 없는데... 중국판 우버라 할 수 있는 띠디다처嘀嘀打车로 차량을 불러 이동할 수가 없고, 공유자전거앱인 모바이크Mobike를 쓸 수가 없는 탓이기도 하고 결제는 주로 위챗페이로 하는 탓이다. 결제를 못해 배고프거나 목 말라도 혼자라면 참아야 한다. 물론, 동료가 있다면 일단 내달라고 하고 Split bill 기능으로 청구하라 한다. 위챗에서 지원하는 더치페이 기능인데, 상대방에게 비용 청구할 때 쓸 수 있다.

작년에만 해도 중국어 울렁증으로 앱으로 배달을 시키지 못했는데, 요즘은 종종 시킨다. 앱을 보면 지도에 배달원 얼굴도 보이고, 도착시간도 나온다. 특히, 지도가 정확해서 지금 배달원이 우리 아파트 단지로 왔는지, 지금 인터폰을 누른 사람이 배달원인지 등을 유추할 수 있다. 한번은 배달원이 단지에 들어와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지도로 목격만(?)한던 일도 있다. (중국어가 안되니 전화해서 알려줄 수도 없고...)

현금영역을 완전히 대체할 것인가?

알리페이와 함께 위챗페이를 쓰면 지불을 못하는 곳이 점점 줄어든다. 작년만해도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요금 등이 알리페이만 되거나 전자지불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위챗페이로 가능해지고 있다. 휴대폰 데이터/음성 충전이나 전기요금, 수도요금은 위챗으로 잔여량을 확인하고 끊기기 전에 적절히 충전한다.

위챗으로 수도요금 납부

위챗으로 수도요금 납부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아직 있긴 하지만 비율로는 극히 드물다.

한국 노래 추천도 중국 앱으로

아래 내용은 위챗 모먼트朋友圈라고 위챗 친구들과 공유하는 게시판인데, 거기에 내가 올린 글이다. 중국폰 OPPO에 기본 설치된 음악앱에서도 한국 노래가 나온다. 그런데, 저작권 문제인지 최신곡이나 인기곡은 막혀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지인이 시야미虾米라는 중국앱 좋다고 추천을 했다. '좋니'[1]를 검색해보니 윤종신의 원곡이 등장했다. 한국 가사는 물론이고 노래에 맞춰 한국어 가사와 중국어 가사가 함께 나와 중국어 공부하는 나에게 깨알같은 즐거움을 더했다.

그런데 한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위챗 개발사인 텐센트가 제공하는 QQMusic은 어떤가 확인해보니 추천이 대박이다. 딱 하루 재생 목록을 만든 것인데, 다음 날 들어보니 마치 내가 검색과 수작업으로 최척화 한 것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

중국앱에서 한국노래 추천이 너무 훌륭해 놀라는 장면

중국앱에서 한국노래 추천이 너무 훌륭해 놀라는 장면

요즘 추천이 기본이긴 하지만, 한국노래를 중국에서 별다른 조작없이 휴대폰에 있는 노래를 읽고[2], 딱 한 곡 검색한 정보만으로 이렇게 정확한 추천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최근 목록에 추천을 담아

최근 목록에 추천을 담아

실시간 위치 공유

또 한가지 지인이 사무실을 처음 찾아올 때나 관광지에 차를 나누어 갈 때 주로 쓰는 기능이 있다. 위챗이 제공하는 실시간 위치 공유 기능이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친구가 사무실을 찾아온다고 해서 지도를 보내주다가 호기심에 위치 공유를 해보자고 했더니 아래 그림을 만났다. 서울과 북경에서 함께 쓸 수야 없겠지만, 이런 스케일이 되는 것이 신기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국내 서비스라는 것이, 북경과 서울정도 거리는 당연하게 포함시켜야 하는 스케일[3]이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바일 서비스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으나, 스케일도 하나의 중요한 항목이다.

서울에 있는 사람과도 가능은 하네

서울에 있는 사람과도 가능은 하네

주석

[1] 수지 버전의 '좋니'가 듣고 싶었으나 중국이라 없는 것인지 아직 음원으로 나오진 않은 것인지...

[2] 중국은 아직 개인정보 보호가 허술하다. 그래서, 휴대폰에 저장한 음악을 동의없이 읽을 수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추천한 노래 면면을 보면 다른 앱의 재생목록도 읽는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물론, 증거없는 추측이다.

[3] 예를 들어, 북경에서 상해를 가려고 해도 비행 시간이 서울보다는 길고, 특급열차(高铁)로 5시간 정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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