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 현황에 놀라다

올해 상반기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베이징에서 처음 일하는 저에게 첫 번째 도전은 혼자서 식당에 가는 일이었습니다. 혼자서 처음으로 간 식당은 만만(?)한 맥도날드였죠. 무려 맥도날드인데 영어를 전혀 못하는 점원을 만났고, 겨우 주문을 해낸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대개는 중국 직원들이 도움을 주는데 주말까지 그럴 순 없어 한번은 평소 가던 푸드코트 내의 식당에 혼자서 갔습니다. 메뉴판이 있어서 '이거 하나 주세요'에 해당하는 중국 표현인 '쩌거 이거'로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이 결제를 대신해줘서 몰랐는데, 그곳은 현금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푸드코드내 식당 전체가 충전식 카드만 지원했고, 대다수는 (그런 올드한 방법보다는) 위챗페이(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중국의 대표적 채팅 프로그램인 위챗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와 알리페이(지푸바오라고도 불리며 알리바바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로만 결제를 하는 것이죠.  식당 앞에는 하나같이 지불을 위한 커다란 QR 코드가 몇 개씩 붙어 있었습니다.

그 후 몇 달이 흘러 7월에 중국으로 이사한 후에는 저도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죠. 지난 주에는 해바라기씨를 사러 전통 시장에 갔는데 습관이 되어서 현금없이 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차 싶었습니다. 뚜둥~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곳곳에 붙은 QR 코드라니. (겨울에 군밤 장수 리어카에도...)

중국 전통시장에서도 지원하는 위챗페이

중국 전통시장에서도 지원하는 위챗페이

중국에서 모바일 지불이 급증해서 실물카드를 제공하는 유니온페이가 가맹점 수수료를 0으로 내리는 강수를 두었다고 합니다. 택시보다 싼 요금으로 깨끗한 차를 얻어탈 수 있는 우버(Uber)나 중국내 유사서비스인 띠디따처를 이용하면 운전자와 탑승객 사이 직접 거래는 아예 발생하지 않습니다. 승객입장에서는 알리페이로 탑승 전에 금액을 확인하고 하차 후에 지불이 완료됩니다. 운전자가 과실을 입력하면 탑승객이 내는 비용을 내려가기도 합니다. 물론, 택시를 타도 위챗페이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을 수 있도록 고객 화면을 제공하는 PoS

QR 코드를 찍을 수 있도록 고객 화면을 제공하는 PoS

개인간의 거래나 송금도 위챗페이를 사용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요즘 점심을 먹고 더치페이(AA)를 하는데요. 누군가 일괄 결제를 하고 위챗이나 알리에서 제공하는 더치페이 기능으로 그룹 대화 창을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그러면, 총 금액을 사람 수로 나눈 금액이 각자에게 전달됩니다. 이를 클릭하고 지불에 필요한 비밀번호나 지문인식을 하면 위챗과 연결한 통장에서 돈이 나갑니다. 받는 사람은 통장 대신 위챗 지갑에 돈이 들어가고, 나중에 통장 대신 여기서 지출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왕 중국의 모바일 경험에 놀란 김에 본격적으로 적응하자 싶어 중국에서 쓰는 핸드폰은 중국제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첫 안드로이드 폰으로 오포(OPPO)사의 제품(A59m)을 선택했습니다. 중국 돈으로 1799RMB, 우리 돈으로 대략 32만원 가량인 중간 가격대 제품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오포 제품이 제공하는 '아이폰스러움'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지문 인식 기능도 있는데, 심지어 아이폰보다 인식 속도가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시된 화웨이, 비보(Vivo)와 오포 세 회사  제품을 보고 있노라면 적어도 외관상은 애플과 품질에서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집에 와서 오포 제품을 쓰는 내내 놀랍고 또 놀라웠습니다. '30만원정도 하는 가격으로 만든 제품이 이정도라니...'라는 놀라움이죠.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오포의 강점은 모방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지만, 거의 아이폰 UI와 같아 어색함을 최소화했습니다.

와이마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배달 서비스 오토바이들

와이마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배달 서비스 오토바이들

아내가 중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쓴 글에서 말하길, 스타벅스에 갔더니 신호등 색깔 옷을 입은 남자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더랍니다. 중국 배달 서비스인 와이마이 종사자들인데요. 식당은 물론이고, 스타벅스에서도 배달을 위해 커피를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제는 알리페이로 전기 요금 충전을 하고 왔습니다. 사는 지역과 아파트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요금 역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같은 모바일 지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중국 출장을 주기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매번 새로운 모바일 혹은 IoT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이젠 전 6개월을 넘으니 무뎌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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