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창업기] UI 기획자가 도망갔다!

언제였나? 암튼 커머스 혹은 유통 도메인 설계에 대한 연작이라는 이름으로 진지하게 나만의 글쓰기 놀이를 한 일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올해 2월까지 했네요. 최근에 배운 일에 대한 감상을 이어서 쓸까 하다가 혼자 놀기도 그렇고... 마치 다른 사람인양 글쓰기 연습도 하기로 마음 먹고 사실에 기초한 픽션을 연재로 걍~ 해봅니다.

제목은 북경창업기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설명하기는 싫고요. 일단, 제가 북경에 살고 있고, 개발자들과 커머스 서비스와 관련해서 아웅다웅 보내면서 느낀 점 그리고, 중국이라는 외국 생활의 생소함과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허구를 섞어 대충 써보려고 합니다. 자... 이제 픽션으로 갑니다! 그리고 반말로!

UI 기획자가 도망갔다!

헐... 내가 내심 스트레스를 주기는 했지만, 나름 창업자니까 그정도 스트레스는 줄 수 있지 않나? 나름 개취도 인정해주고 폭언을 일삼지도 않았는데 그가 떠나갔다. 하지만,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한 날이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한다. 근데, 주체가 되는 담당자가 사라졌으니 붕 뜬 일이 남았다. 메뉴부터 시작해서 화면 정의는 누가 하는가? ㅠㅠ

암튼 물귀신 작전은 아니고(라고 우기고) 후보가 될 만한 사람을 모두 모아 방법을 논의했다. 바로 답이 나올 리 없다. 여튼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먼저 그들의 얘기를 들은 후에 '이렇게 해봅시다'고 대충 마무리를 하고... 일주일 출장을 다녀왔다. 그랬더니 고맙게도 그들이 뭔가 결과물을 검토하자고 한다. 헐... 벌써 결과물이??

현존하는(AS-IS) 메뉴와 권한 매핑을 분석한 표의 일부

현존하는(AS-IS) 메뉴와 권한 매핑을 분석한 표의 일부

로또맞은 기분이 들만한 무엇가는 아니었다. 지금 돌아보니 '무임승차'에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나보다. 부끄...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결정이나 해주자

기대하지 않은 결과물로 논의하는 것이라 딱히 의견은 없었다. 그들의 고충이나 아이디어를 듣고 싶어서 질문만 던지고 있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이 들어서 기준을 잡아주자 싶었다. 그래서 당장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화면이나 메뉴에 대해서 고려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개발팀을 총괄하는 동료가 현재 프로그래머들이 쓰는 표현을 들며, 내가 하는 말과 개발자의 용어를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그럼 나도 그들의 말을 해주자 싶었다. 그러다 회의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마무리했다.

Workplace 타입은 패션사업부, 인터넷사업부电商部, 물류, 영업지사와 (오프라인) 매장 다섯 개만 합시다.

그렇게 헤어졌다.

협업 시스템에서 발견한 그림 한 장

다음날 놀랍게도 우리가 함께 편집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에서 아래와 같은 그림을 발견했다. 와우~~ 내 생각과 거의 100% 일치하는 클래스도를 동료가 그렸다. 와 이렇게 호흡이 딱딱 맞는 순간은 정말 즐겁구나. 내가 좋아하는 축구로 비유하면 메시가 레알의 골대를 향할 때, 발 밑에 딱 맞춰서 배달하는 사비나 알바의 패스에 얼마나 즐거웠을까 하고 비약이 심한 공상도 해본다.

UML 그리기에 맛들인 Go 개발자 작품

UML 그리기에 맛들인 Go 개발자 작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막막한 상황에서 기적처럼 돌파구는 만들어졌다. 나는 완전하게 Plan B 없이 당(?)했고, 그렇다고 우리가 (팀으로) 뭘 준비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냥 주어진 2주 동안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기는 했다. 뭘까?

북경에 온 후 뚜렷한 이유없이 내가 마음에 새겼던 문장에 대해 다시 한번 확신이 서는 순간이다.

(치밀한) 계획은 개나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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