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MS로 옮긴 백기선씨 이야기

우리나라 문화와 달리 쿨cool 할 것으로 여겼던 미국회사에서 겪은 쿨하지 않은 측면을 아마존에서 봤습니다. 아마존 입사 후 1년 동안 겪은 일련의 사건이 저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도 된 것이 사실이에요. 다만, 그러면서 자신감도 많이 잃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줄기 빛으로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입니다.

1편은 여기서 확인: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된 백기선씨를 만남

아마존이라는 훌륭한 직장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한 사유는?

원래 계획은 최소한 2년을 꽉 채운 다음 생각을 해보려고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가더군요. 결국엔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냐,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 계속해서 미국에서 개발자로 살아남아 볼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고. 후자를 선택했죠. 우선은 그대로 돌아가기엔 아마존에서 보낸 1년 이라는 시간이 무색해 질 것 같았습니다. 분명히 다른 팀,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쉬웠단 말이죠. 그래서 필사적으로 살 방법을 모색하던 중 다행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한지 반년 정도 흘렀구요. 현재까지는 제가 이상으로 생각하던 그리고 지향하던 그런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어두운 면

미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개발자가 많고, 그중에서 상당수는 아마존이 좋은 회사로 알텐데... 왜 그렇게 실망했는가?

직접적으로는 프로젝트 일정 지연에 대해 추궁 받는 입장이 되었구요. 그에대한 책임(?)으로 PIP에 들어가게 되었고 매니저로부터 마이크로매니징을 당하면서, 한편으로는 해고를 당할 것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즉, 업무는 배가 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죠. 근본적으로는 저의 영어 실력이 미천하였고 의사소통 스킬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있는 현재까지도 그 프로젝트는 런칭을 못할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내가 꼭 그 문제의 원인이었나 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아마존 PIP: http://gawker.com/inside-amazons-kafkaesque-performance-improvement-plan-1640304353)

다른 지인을 통해서 넷플릭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경쟁이 있고, 개인사이에 부딪히다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는 항상 정치(?)가 개입되는 듯 합니다.

가기 전에 생각했던 아마존과 실제 겪은 아마존은 어떤가? 많이 비슷한가? 큰 차이가 있는가?

그동안 꽃길만 걸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마존이 어떻다고 말하기엔 저의 경험이 부족하여 일반화의 오류가 될 것이지만, 최소한 저에게 아마존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음을 떠나 약간 과장시켜 말하면 저에게 PTSD를 남겨줄 정도로 두려운 회사입니다.

아마존이라는 회사의 서비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흥미롭지만 제가 경험한 팀의 문화는 지극히 경쟁적으고 때로는 이기적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많은 것을 기대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그동안 주로 네이버에서 경험해왔던, 제가 지극히 당연히 여겼던, 또는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그런 상식이 통하질 않았습니다.

우선은 팀 내에 시니어 엔지니어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오점 이었습니다. 아무도 그 팀에서 관리하는 플랫폼에 대해 제대로 아는 엔지니어가 없었습니다. 파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항상 다른 건물에 있는 다른 팀에 스케줄을 에약하고 방문해야 했습니다. 그 짓(!)을 일주일에 두세번씩 하며 저는 슬슬 지쳐갔고 결국 프로젝트 지연의 원인으로 저를 꼽더군요.

매니저는 두명이 바껴서 세번쨰 매니저로 온 사람은 저에게 칼날을 겨눴고, 네이버에서 조차 매니저와 엔지니어의 상하 관계를 지양하거늘, 저는 그의 막대한 권력 앞에서 짜르려고 벼르고 있는 한낮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하더군요. 이건 아니다 싶어 팀을 옮기려고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었죠.

몇달 전 아마존에서 한 엔지니어가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진 사건이 있었는데 PIP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었죠. 말은 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이라지만 사실은 개발자를 갈아서 서비스를 만들어 낼 때 사용하는 매니저의 툴입니다. 지금은 아마존도 평가 시스템이나 PIP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그리고 저와 같이 아마존으로 이직하셨지만 자기 팀에서 인정받고 상패도 받은 분들도 계시구요. 원하는 팀으로 옮겨 원하던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의 경험이 아마존의 전부는 절대 아니라는 말을 끝으로 아마존에 대한 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시니어 개발자의 중요성

아래 내용은 백기선씨가 다른 질문 중간에 했던 답인데, 우리나라 개발자 커뮤니티 혹은 개발자 식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 결언으로 던집니다.

동기는 말씀드렸다시피, "아마존에서의 내 경험, 이게 전부는 아닐꺼야"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제가 찾던 나이 많은 또는 지긋한 개발자들. 시니어 엔지니어들. 그들과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시던 분을 만나 회사 문화나 일하는 분위기에 대해 이야길 들을 수 있었죠. 애들 유치원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가족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닌지 10년이 되었다며 저희 가족을 초대해 식사를 하며 이야길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이 10년차 이지만 별거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15년 20년 일하신 분들도 계시다고. 이전 직장에서 '시니어의 부재'를 절실하게 느낀 저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죠. 그리고 일자리를 제안한 팀 매니저와 그 매니저의 매니저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입사를 결정하기 전에 팀의 업무와 '시니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팀에는 자기가 개발하고 관리하는 또 꾸준히 개선할 플랫폼이 있었고 그 플랫폼에 대해 매우 잘 아는 15년이 넘은 시니어 엔지니어 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팀에 있던 경력만 따지면 각 10년과 5년으로 두분 다 그 플랫폼을 손바닥 보듯이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였죠. 이 부분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팀 내에 시니어 엔지니어가 없다는 건 회기 테스트가 없는 프레임워크 코드를 수정하는 일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시니어 엔지니어는 단순히 직급이 아니고 '그 팀의 업무에 대한 시니어' 엔지니어란 말입니다. 지금은 저도 언젠가는 이 팀의 시니어 엔지니어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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