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 스타트업 - 시작하기

개발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그릴 것입니다. 또는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거나 서비스가 릴리즈될 때마다 한번 쯤은 "아, 이 아이디어는 나도 생각해 봤었는데.."라는 가벼운 아쉬움(?) 정도는 느껴본 경험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대개 늘 그렇듯이, 상상에만 머물고 재빠르게 현실로 되돌아가버린채 밀린 업무를 쳐나갑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영업자로 독립하려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공상속에서 머물며 현실의 어려움을 잊는 일을 즐깁니다. 더 늙기 전에 서비스 "한가지" 정도는 현실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에 매진한 결과, 드디어 올해 초에 서비스를 런칭하였습니다. 아직은 하루에 수명 정도의 사용자가 방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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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중인 나의 원맨 스타트업 지표

전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전달해 드릴 수 있는 형편은 못됩니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서비스를 오픈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과 소박한 경험을 공유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돌이켜보면 아래와 같은 순서대로 일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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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 스타트업 - 차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목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홀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도 "원맨 스타트업"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가장 좋은 일감은 스스로에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일 듯 합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서비스라면 더욱 좋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구상할 때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일은 어떨까?"라는 아이디어 대다수는 이미 누군가의 머릿 속을 거쳤거나, 세상에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과거의 아이디어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서도 새로운 일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이 생각했던 것처럼 잘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면 "성공"이라는 기준을 명확히 세워두워야 하며, 항상 실패를 염두해 둬야합니다. 그리고 위기가 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방향전환을 해야하며, 일 그 자체보다 스스로 용기와 회복탄력성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하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이 끝났다면, 서비스의 핵심 기능 두세가지 정도를 추려서 MVP(Minimum Viable Product)의 구현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더라도, "원맨" 스타트업이라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프로그래밍 언어, 서비스 플랫폼 등 개발 플랫폼을 선택합니다. 자신이 가장 익숙한 도구가 가장 좋습니다. 저처럼 모바일 앱 개발에 문외한이더라도, 부트스트랩(bootstrap)등과 같은 반응형 웹 개발 도구를 활용하면, 갓 시작할 서비스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워드프레스(WordPress), 카페 24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아이디어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습니다.

외형 가꾸기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서비스의 모습을 조금은 다듬어야 합니다. 다듬는 정도는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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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리스트 서울, http://seoul.craigsl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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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재능마켓, https://www.fiverr.com/

최소한 가독성이 높은 텍스트 폰트를 선택하고 로고와 서비스 소개 이미지 정도는 갖춰둬야 합니다. 워드프레스나 카페24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여 사이트 템플릿, 이미지 등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세상에 내놓기

자신만의 MVP가 준비가 되면, 이제 사용자에게 선보일 차례입니다. 워드프레스나 카페24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다면, 도메인을 등록하고 서비스와 연결하면 끝입니다. 직접 서비스를 개발한 경우라면, 호스팅 업체를 선정해야 합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여 몇분 정도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때 "비용 최소화"와 "운영 용이성"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 구상단계에서 100만 UV를 목표를 했더라도, 시작은 10 ~ 100 UV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값싼 장비면 충분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늘 실패를 염두에 두고, 사용자의 선택을 오랫동안 가늠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한달에 수만원정도를 손해볼 뿐이며, 이 정도는 사용자의 요구를 실험했다는 보상에 비하면 저렴한 지출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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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 Fast, Succeed Faster, http://www.stickergiant.com/blog/fail-fast-success-faster/

"만약 사용자가 갑자기 늘면 어떻게 하나"라는 게 고민이라면 행복한 고민입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서 수분 이내에 서버를 확장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운영"이 유연한 호스팅 업체를 선택해야 합니다.

더 쉽게, 더 많이

"왜 사용자들이 안오지?"라는 질문을 할 차례입니다. 힘들여 서비스를 만들었더라도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면 당연히 찾지 못합니다. 더 쉽게,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외판원처럼 가정방문하여 내가 이 서비스를 만든 목적, 기능, 좋은점 등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리 효과적이진 못할 듯 합니다. 대신 구글, 네이버와 같은 검색엔진에서 더 쉽게 검색되도록 만들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플랫폼에서 더 많이 공유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온라인 외판원은 서비스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지만, 서비스의 기능과 좋은 점을 소개해주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마케팅을 준비하기 전에, 서비스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구구절절 설명문을 달지 않더라도 기능이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과학자처럼 실험하기

이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실험도구를 갖춰야 합니다. QnA 게시판이나 이메일을 통해 사용자의 반응을 수집할 수 있겠지만, 이제 갓 시작한 서비스에 이러한 능등적인 사용자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있더라도 이러한 의견은 일부 사용자들에 의해 왜곡되기 쉽습니다. 과학자처럼 실험할 수 있는 도구를 구비해야 합니다.

구글 Analytics(https://analytics.google.com/analytics/web/)는PV, UV, 재방문율 등 고객의 암시적인 반응을 살펴보기에 가장 중요한 실험도구입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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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Popup.nhn?movieCode=29516)

시작했다면 살아 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원맨" 스타트업이라면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무료로 또는 값싼 도구와 컨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CI(Continuous Integration) 도구를 사용해서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개선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용자의 반응이 무미건조하다면, 애초에 아이디어가 나빴거나 또는 잘못 구현된 탓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공호흡에도 살아남을 희망이 없다면, 서비스를 죽이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저하는 시간에도 최소한의 서버 호스팅비는 지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사이트를 개선할 수 있고 최소한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면 죽이는 대신 옆으로 일단 제껴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첫 단계, "새로운 서비스 구상"으로 되돌아가서 쓸만한 일감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일은 내가 아닌 사용자의 몫입니다.

이어서...

다음 글에서는 "서비스 구상"부터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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