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는 정치다

학부 마지막 학년에 배운 수업 중에 최고는 프로젝트 관리자로 잔뼈가 굵은 외부 강사가 강의했던 프로젝트 관리론 수업이었다. 그분 말씀중에 당시는 자주 강조해서 기억에는 남지만, 진짜 의미는 이해하지 못했던 한마디가 있었다.

프로젝트 관리는 정치다

강의를 들은 후 10년 정도가 지나 프로젝트 관리자 역할을 몇 차례 한 뒤에 알게 되었다. 명언이다.

최근 일상에서 '정치'가 튀어나오네

2018년 현재 여전히 프로젝트 관리는 정치다. 다만, 이제는 너무 기본이라 강조하는 일이 촌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지난해 상해에서 정치를 잘하는 분[1]과 대화중에 맞장구를 친다고 '결국 정치죠. 어쩌구...' 했는데, 그 분은 자기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정치감각이 뛰어난 사람인데, 정치는 부정적이란 생각이 강한 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는 나쁜 것이라 인식한다. 이달의 HBR[2] 기사를 보니 글로벌한 현상이다. 무려 한글판 제목이 '영혼을 팔지 않고 사내 정치에서 생존하는 법'이란 기사에 명언이 등장한다.

고매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정치에서 손을 떼든 혐오감에 주먹을 움켜쥐든, 직장에서 정치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지나치게 순진할 뿐 아니라 크게 손해보는 짓이다. <중략> 우리는 사내 정치라는 암묵적 규칙을 활용해 조직의 이익에도 공헌하면서 내 이익도 늘리고 명예와 품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요즘은 개발자 중에도 정치를 잘하는 혹은 수완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또래보다 더 높은 보상을 받는다. 앞서 소개한 대로 프로젝트뿐 아니라 사내의 다양한 활동 모두에 정치는 암묵적인 필수요소이다.

프로젝트는 정치다

그러던 차에 최근 올라온 김창준님의 페이스북 포스트가 내 생각에 살을 붙여주었다.

프로젝트 관리에 대해 훈련을 하고 공부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틀이 치밀하게 짜여진 방법론을 배우려고 한다. 그러나 이 접근법이 정말 좋은 것일까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상담의 공통요인 학파의 연구에 따르면 상담자가 어떤 방법론을 쓰느냐 하는 것은 치료효과 분산의 5% 이하만을 설명한다. 한마디로 말해 미비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상담자가 어떤 기법을 쓰느냐는 것이 상담자를 선택할 때 좋은 기준이 못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통요인 학파에서는 오히려 여러 방법론에 공통된 작은 기술(micro skills)들을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공감" 같은 것.
프로젝트 관리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관리를 배우려면 너무 특정 기법에만 몰두하기보다 의사소통, 갈등해결, 협상, 팀워크와 동기 등을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서 어떻게 하루하루 "행동"으로 옮길까를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소통, 갈등 해결, 협상 등은 정치와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한편, 2012년에 처음 접한 책인데, 5년이 지난 후에 절절하게 와닿는 책이 하나 있다. 처음 읽을 당시에는 명작 느낌이 솔솔 나면서도 저자의 의도가 잘 짚이지 않던 책이 바로 제랄드 와인버그의 '대체 뭐가 문제야' 였다.

대체 뭐가 문제야

대체 뭐가 문제야

사람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문제는 한 가지로 정의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아무리 목표나 비전을 분명히 하려고 해도 구성원이 다수이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갈등해소를 위한 정치가 요구된다.

경영자가 아니라면 정치만 해서는 곤란하지만

물론, 경영자가 아니라면 정치가 주업일 수는 없다. 또한, 정치인이라고 해도 전공 분야(?)는 필요하지 않던가?[3]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당신이 개발자거나 기획자(혹은 창작이나 연구로 무언가 팀에 도움을 주는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본업에 충실하더라도 최소한의 정치는 해야 한다. 마치 교통질서를 지키는 것처럼 정치를 필수 요소라 생각해야 한다.

주석

[1] 더 솔직히 말하면, 거의 정치만 하시는 분에게

[2] Harvard Business Review 한국어판

[3] 정치에 대해 1도 모르지만, 그래도 법안을 주로 만드는 분야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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