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제국의 숨은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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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8

<플랫폼 제국의 미래> 를 지인 추천으로 읽었다. 플랫폼이라는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있거나 직업 현장에서 디지털이라는 표현을 쓸 일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할 만하다. 다 읽고 나서 보니 미래라는 표현은 내용과 거리가 멀다. 플랫폼 제국으로 분류한 네 개의 거대 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책은 아니다. 원제를 보니 Hidden DNA라 칭한 탓으로 책 소개 글의 제목은 조금 바꿨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 표지

플랫폼 제국의 미래 표지

이하는 시간이 없는 분들 혹은 읽다가 그만 둘 독자를 위해 몇 줄 요약을 먼저 남긴 후에 그간 페북에서 챕터별로 남겼던 메모를  편집해서 올리기로 한다.

 몇 줄 요약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절대로 알기 힘든 거대 플랫폼 기업의 숨은 이면을 알게 된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은 터무니없이 높은 평가와 투자를 받는 반면에 채용을 비롯한 사회적 책임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심지어 따라하고 함께 가야 생존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매우 직설적인 화법의 MBA 교수님

1장부터 보여주는 그의 직설적 화법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화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경영대학원 교육을 구성하는 <중략>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리고 이때 배운 전문적인 기술은 직장생활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영대학원 2년차 과정은 대부분 낭비로 일관한다. 종신재직권이 있는 교수에게 필요한 최소 강의 시간을 채워 주느라...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능을 보라

남녀의 구매 행동을 관찰하면 오늘날의 남녀가 구석기, 신석기 시대의 남녀 모습에서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자는 만져보고 신어보고 다른 것과 어울리는지 따져보고 또 색상이 다른 것도 살펴보고 싶어 한다. 남자는 자기 취향에 맞는 사냥감이 눈에 띄면 곧바로 죽여서(사서) 가급적 서둘러 자기 동굴로 돌아간다. - <플랫폼 제국의 미래> 36쪽에서

와우... '본능'으로 현상을 보는 관점이나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요즘은 남녀역할도 (신석기랑은) 바뀐 탓인지

주변에 여자처럼 장기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쇼핑하는 남자들의 행동이 보이긴 한다.

물론 쇼핑을 대하는 나의 내면은 구석기 시대의 사냥꾼과 정확히(?) 일치하는 듯하다.

국가의 권위에 대적하는 애플빠

3장은 애플 얘기다.  2015년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범인의 폰이 애플이라

암호를 풀라는 연방법원의 요구를 애플이 거부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애플 문제만 나오면 특정 계층이 비상식적으로 애플을 지지하는 현상을 종교에 가깝다 푸는데...

심지어 아래와 같이 일갈하기도 한다.

세상의 일반적인 평가는 스티브 잡스가 우주에 흔적을 남겼다 Put a dent in the universe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그는 우주에 흔적을 남긴 게 아니라 침을 뱉었다.

문득 사티아 나델라 책이 떠올랐다. 그가 사생활 보호에 대해 팀 쿡을 지지했던 내용과 정반대의 논리다.

이렇게 신뢰가 가는 논리를 펼치는 이들사이에 첨예한 대립이라니...

흥미진진함을 또 느끼기 위해 나중에 그 글을 찾아 번갈아 봐야겠다.

필자가 페북에 메모한 내용 즉, 책에서 인용하고 싶은 구절만 보면 확실히 3장 애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잡스는 동종업계의 다른 모든 사람과 달랐다. 콘텐츠를(심지어 소비제도) 온라인으로 매매하고 있을지라도 하드웨어 전자제품을 프리미엄 가격을 매긴 사치품으로 만들려면 다른 사치품처럼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제대로 인식했다. <중략> 일단 여기까지 성공하면 그 매장에서 거의 모든 것을 팔 수 있다. - 140쪽에서

중국에서 샤오미 요우핀이란 매장이 애플 느낌으로 '거의 모든 것'을 팔고 있어 놀란 일이 있다. 다만, 여성들이 매우 민감하게 살펴보는 주방기구를 보면 다른 상품과 격이 안 맞을 정도로 후진 것들을 둬서 실망한 일이 있는데... 샤오미 요우핀 책임자가 140쪽의 아래 내용을 봤으면 좋겠다.

물론 우아하고 유행에 맞게 포장해 더 비싸게 팔리는 다른 사치품과 동일한 설계 개념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물론, 샤오미는 사치품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고 한 구절 더 (144~145쪽 중에서) 인용한다.

애플 같은 단일 회사가 거두는 성공은 시장 전체나 한 지역, 나라 전체를 텅 비게 만들 수도 있다. 애플이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은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죽여 버렸다. 아울러 일자리 10만 개도 함께 사라졌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 노키아는 핀란드 GDP의 30%를 책임졌고 노키아가 낸 법인세는 핀란드 정부가 거두는 전체 법인세 중 무려 4분의 1을 차지했다. 1939년에는 러시아가 탱크를 앞세워 핀란드를 군사적으로 침공했지만, 2007년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워 핀란드를 상업적으로 침공해 핀란드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비주얼의 놀라운 전달력

상대적으로 앞 장들보다 재미없던 4장 페이스북편.

신종 미디어면서 언론의 책임 회피를 위해 '미디어가 아니라 플랫폼일 뿐' 이라고 우긴다는 저자의 지적이 인상적이었고,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아래 인용

인간은 이미지를 단어에 비해 6만 배 빨리 받아들인다. 즉, 이미지는 심장에 가장 빠르게 닿는 매개물이다. - 171쪽에서

저자가 인용한 링크가 있다.

https://www.business2community.com/…/visual-marketing-pictu…

구글에 의해 도태된 뉴욕타임즈

구글은 검색을 실행하는 동시에 종이 신문의 독자가 현재 무엇을 원하는지, 미래에 무엇을 원할지 정확히 학습하는데 그 학습을 <뉴욕타임즈>보다 더 잘한다. 결국 구글은 <뉴욕타임즈> 독자를 <뉴욕타임즈>보다 훨씬 더 정확히 표적으로 삼는 것을 넘어 각각의 광고로 더 많은 돈을 번다. 무려 10배나 더 많은 돈이기도 하다. 이런 짓을 하고 있었으니 우리는 정말 바보였다. 우리의 영업팀은 평균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고 사업 모델은 죽어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여전히 가치를 안겨준 경쟁력은 콘텐츠와 그것을 생산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이 콘텐츠를 희소하게 만드는 대신 콘텐츠를 어디에든 헐값에 마구 퍼주더라도 조회수를 약간 더 올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것을 실행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 230쪽에서

5장 구글 이야기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저자가 이사이기도 했던 뉴욕타임즈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다룬 내용이다. 최근에 하고 있는 일들과 관련하여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인듯하다.

디지털 전환에 관해 돌아보게 하는 6장

브랜드들은 열심히 돈을 퍼 날라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 커뮤니티가 자사 소유가 아님을 깨달았다. 상품 판매자들은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이 자신에게 새로운 무리의 소비자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 믿고 서둘러 이 플랫폼에 가입했으나, 결국 자신들이 아마존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지털 전환 노력을 함께 하면서 (한국에서는) 베스트 프랙티스 혹은 한국의 아마존 이런 식의 구호를 자주 들어왔다. 그런데, 본질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해오던 일과 전혀 관계 없는 일을 그냥 따라하려고 한다. 요즘 들리는 얘기로도 ‘All Cloud' 나 (다른 목표는 없고) 'MSA 적용' 자체가 목표인 다년간의 노력을 기획하는 곳이 있다. 실패할 확율이 지극히 높다.

중국에 와보니 과거 명성을 날렸던 브랜드들은 티몰(天猫) 입주를 하고, 또 다른 플랫폼에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입주할 수 있는 단기 효과를 노린다. 매출을 얻는 대신에 고객 관계를 철저하게 잃어 버리는 일상으로 완전히 바꾸어 버려 몇 년만 젖어들면 플랫폼 공급상으로 전락한다.

위 두 개의 현상은 일면 달라보이지만, '변화'를 해석하지 못하고 급급하게 '현상'만 바라보고 과거의 성과만을 이어가려고 하는 '태도'는 같아 보인다. "만회하겠다" 생각하는 것인데.. 큰 오해다. "적응해야" 하는 것이지 "만회할 일"이 아니다.

쓰고 보니 6장은 필자의 직업 일상과 연관이 많아 다소 전문적인 평과 생각들이 난무한다.

같은 페이지에 또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등장한다.

결국에는 법률도 우버의 행진을 막지 못할 것임을, 즉 우버가 불가피한 대세임을 투자자들이 알기 때문이다. 아마 이들의 판단이 옳을 것이다. 한편에는 법률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혁신자가 존재하는데 선한 자금은 혁신자들의 편에 선다.

우리나라에서 택시가 우버와 같은 서비스에 대해 극렬히 반대했던 뉴스를 본 기억이 있는데, 책을 보니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갚다. 예전에 쿠팡이 '소셜커머스'로 뜰 때, 다른 곳과 차별화 되는 실행력으로 놀라웠던 부분은 '로켓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법을 위반하며 트럭을 확보하던 추진력이었다. 그때부터 쿠팡은 '소셜커머스'가 아니라 '한국의 아마존'임을 믿게 되었다.

책을 통해 접하는 사실과 견해가 최근의 경험과 생각과 버무려지며, 그저 작은 액기스 같은 인사이트만 주고 마는 듯 하여 기록을 남긴다. 그것은 결국 기업의 변화는 가치 중심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재편을 빠른 보폭으로 해야 한다. 본질을 생각하되 잦은 대화로 조직적 학습역량을 장착해야지 신중하려다가 과거의 늪에서 빠져 얼굴만 내미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 바로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것들

8장이후에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꽤 보인다. 먼저 아래 내용은 많은 이들이 바로 지금 질문해볼 수 있다.

"요컨대 내 경영전략 메시지는 어렵긴 하지만 당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압축된다." - 299쪽

그리고 애자일에 대해 언급한 짧은 표현을 필자 나름으로 음미해봤다.

"민첩하다agile(이것은 빠르다fast를 대신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 용어다)"

평소 내 생각을 말로 정의하지 못했는데, 인용하면 되겠다 싶을 정도로 명료하고 동의가 된다.

SW개발 분야에서 정의된 방법론은 널리 쓰여서

각 조직과 도메인에서 녹아들어간 흔적이

린, 그로쓰해킹 등에 엿보이고

내 일상에선 협업시스템에서의 대화로 매일 경험한다.

이런 시기에 아직'도' 애자일을 특수한 형식으로 다룬다면

심각하게 뒤떨어진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자일이 방법론 아니면 뭐냐

할 분들에게 딱히 해줄 답이 없었는데

시원한 답을 스콧 갤러웨이 교수님이 주셨네.

애자일은 (이젠) '방법론'으로 보지 말고, '경제 생태계 용어'로 보자. 빠른 대처를 통해 개인과 조직이 변하는 시장(생태계)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다.

함께 보면 좋을 유투브

글을 올릴 즈음 한 페친이 추천하신 동영상인데, 연설 자체도 훌륭한데 이 글과 관련이 있어 시청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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