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기획/관리자를 위한 교과서, 인스파이어드

책 표지는 이렇다.

이 책은 미국을 배경으로 제품관리자, Product Manager, 프로덕트 오너 등을 위해 쓴 글이지만, 반드시 PO, PM 이 아니더라도 서비스 기획자라 불리는 이들에게도 그렇고, 스타트업 창업자나 애자일에 관심있는 개발팀 리더에게 역시 필독서로 권할 만한 책이다.

가히 제품 개발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독후감을 쓰기 전에 이 책을 소개한 김민지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사실 이 글은 오늘 저녁에 있을 독서토론의 발제문으로 김민지님이 제시한 것에 대해 미리 생각을 써두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 출발~

이것은 제품 개발의 바이블이다!

성경을 읽어보았는가? 진득하게 몇 장 읽기가 쉽지 않다. 이 책도 그런 면이 있다. 그래서 재미로 볼 책은 아니고, 단숨에 볼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민지님이 물은 책의 평점에 만점을 준다.

이 책을 10점 만점에 평점을 준다면? 

10점 만점이다. 그 이유는 내 커리어 상당부분을 개발 현장에서 더 나은 방법을 전파하는 일에 쏟았는데, 그 노하우가 부분집합으로 여기 죄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훨씬 더 정교하고 포괄적인 내용에, 분류까지 훌륭하다. 그 탓에 한번에 읽기에는 지루하기도 하다. 또한, 당신이 경험이 많지 않은 실무자라면 방대한 내용탓에 소화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고로 좋은 책이지만 곁에 두고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다면 어떨까 싶다1).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계속 기억에 남을 '키워드'가 있다면?

여기저기 형광펜으로 칠해 놓은 부분은 많지만 찾아보지 않고 기억할 정도의 문구는 없다. 특정 문구를 뽑기보다는 이 책의 존재 자체가 놀랍다. 어떻게 이러한 방대한 실무경험을 책에 담을 수 있을까? 저자가 실리콘밸리제품그룹이란 곳의 창업자란 사실을 알고 나서야 조금 납득이 갔다. 그의 새로운 일상 활동을 추측해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을 쓸 동기가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올해부터 제품팀 체제로 변모한 베터코드

우리회사는 창업해서 작년까지 중국에서 일하며 개발회사가 제품팀의 모습을 갖추도록 함께 변화되는 모험을 했다2). 그러나 올해는 중국에서 철수하고, 우리회사 단독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4년차 회사이지만, 올해 상황은 신생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속한 우리 팀을 떠올렸을 때, 책에서 정의하는 훌륭한 제품팀의 모습을 하고 있나요? 자랑해주세요! 

제품팀을 올해 가동했다고 볼 수 있어서 제품팀으로 훌륭한지 어떤지 평가할 형편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의 기저에 깔린 철학은 우리 팀의 문화에 녹아져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아직 제품의 시장성을 충분히 증명한 단계가 아니라 책에서 말하는 가치를 믿지 않는다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상황을 동료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

자랑할 만한 점은 비즈니스 성과 중심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팀 분위기이다. 상당한 노력을 들여서 개발한 제품이 있지만, 레퍼런스 고객이 될만한 잠재 고객과 대화 과정에서 그들의 진정한 문제가 현재의 제품 기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이 있다. 이때, 기획자(혹은 제품 관리자)뿐 아니라 개발자까지 나서서 새로 발견한 고객의 문제에 대해 열렬할 관심을 보이는 장면은 자랑하고 싶었다. 다만, 아직은 조직원이 소수라 규모가 커져도 이 모습이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숫자가 적다고 꼭 기민한 것은 아니지만, 실용적이고 민첩한 습관을 지닌 멤버 3명이 팀의 분위기를 확고하게 했다. 그게 문화가 된 듯하다. 추가로 합류한 3명이 그 문화를 수용해서 제품팀이 다양한 재능을 갖게 해주었다. 반면 역시 뒤에 합류했던 2명의 개발자는 이탈했는데, 이러한 문화가 그들이 이직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믿는다.

폭포수 모델의 모습이 있나요?

팀의 리더인 나는 12년전부터 폭포수와 싸워오고 있다. 당연히 그런 모습은 없고, 최근은 사업 속도 가속화를 OKR 목표 설정의 한 꼭지로 뽑고 있고, 모두가 병렬로 작업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법을 일상에서 항상 고안하고 동료들과 함께 적용하고 있다.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까요? 

상당수는 아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지루하기도 했지만, 방대한 내용을 끝까지 읽어낸(?) 동기는 제품의 가치와 함께 언젠가 성장할 팀을 위한 준비라고 믿는다.

자율성의 토대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열정을 전파하기

훌륭한 제품팀이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 디자이너, 좋은 엔지니어가 너무나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잘 engage시키고, 더 멋진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첫번째는 자율성이 중요하다.

나는 북경에 가기 전까지 15년 정도 일하는 동안 실력이 더딘 동료를 그래도 지켜본 일이 없고, 기대한 시점에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즉각 다른 방법을 도입했다. 나는 기간내에 결과를 내는 환경에서 오래도록 일해왔다. 그러던 차에 북경에서 처음으로 씨를 뿌리고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 경영에 필요하다는 인사이트를 어렵게3) 얻었다.

나는 자율성과 자발성을 다르게 취급한다. 자율성은 책임자가 실무자에게 적절하게 위임을 하고 확인하는 과정속에서 길러진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따라서, 위임하는 과정속에서 서로 성장하고, 자연스럽게 팀 자체 역량이 성장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율성이다. 다만 자발성이 기르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자발성은 씨앗이 발화하듯이 스스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양과 영양분을 주는 환경을 제공하는 수준이 가능한 일이라 믿는다.

반면에 자발성4)은 엄청난 생산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동료가 낸 자발적인 의견을 중시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만 내고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제안하는 생각은 가짜라고 믿는다. 그리고, 대부분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번째는 좋은 동료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서 문화의 동력원인 세 사람이 없었다면 두 배로 확장되고, 다양한 일을 소화하는 지금의 팀은 존재할 수 없었다. meme은 진리다. 고루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일터에서 성장할 수 있는 관계맺음을 할 수 있다는 일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 좋은 동료는 보통 열정을 갖고 있고, 이것은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세번째는 가치 발견이다.

내가 <인스파이어드> 이전에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읽었는데, 두 책은 고객 가치를 담는 제품을 발견하라는 점에서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시장과 고객에게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개성과 가치관을 갖는 우리를 팀으로 묶어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믿음은 바로 가치이다. 가치는 비즈니스 성과로 증명되는데,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표현을 빌리면, 제품에 구현된 가치는 바로 제품팀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

시장 피드백과 함께 구체화 하는 제품 비전

PM,PO로서 제품 비전, 제품 전략, 제품 원칙 등을 세워본 적이 있나요? 아직 아니라면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당연히 필요하지만, 어렵다. 나는 어렵기 때문에 포기한다는 인식도 없이 포기하고 우리가 만들어서 잘 아는 제품에 대해서 쓰고 말하려는 습성과 싸우고 있다. 시장과 고객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의한 전제들을 무심코 인정해버리는 습성과 싸우고 있다. 그런 이유로 고객 인터뷰와 가치 테스트 속도에 맞춰서 비전이나 원칙을 수립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날의 다양한 작업의 결과로 얻어지는 기록이 협업시스템의 대화 형태로 기술되는 수준이다. 몇 달 더 노력하면 1 pager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PM에게 제품 발견 과정이 왜 중요할까요?

발견 과정이 생략되면 제품팀만 만족하는 무언가를 만들 위험이 도사린다. 이는 팔리지 않고 쌓이는 악성 재고에 비유할 수 있다. 더구나 나는 신생 스타트업의 대표인지라 시장이 필요로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데 소요된 낭비는 생존을 위협한다. 하지만, 과거 15년간 컨설팅 과정에서 대기업과 함께 일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긴장감이 우리가 시간을 더 가치있게 쓰게 한다. 그래서 팀과 개인이 성장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느낀다.

어떻게 하면 제품 발견을 더 잘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다. 하지만, 프리토타입 기법 등을 포함해서 가치 테스트를 시도 중인데 효과가 있다. 또한, 고객 인터뷰를 잘 하기 위해 <린 고객 개발>을 읽고 몇 번 따라해봤는데 쉽지 않다. 일단, 매주 한번은 시장 자극을 받기 위해 고객이나 외부인사를 만나는 일은 지속하고 있다.

다음에 프로덕트를 만들 때 본격적인 개발, 배포 이전에 어떻게 테스트를 설계할 것 같나요? 가치 테스트와 사용성 테스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요?

다행한 점은 우리팀 모두가 <인스파이어드>를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가치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한다. 아직 우리 제품은 시장 가치를 증명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가치 테스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계획도 있지만, 아직 사용성 테스트는 멀어 보인다.

주석

[1] 나도 이제 막 일독한 이후라 곁에 두고 계속 보면 유익할 것이라 짐작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 이 책을 알기도 전이었으니 당연하게도 제품팀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제품팀의 면모 상당 부분은 갖췄다고 생각한다.

[3] 배우는 과정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했는데, 종종 지인들에게 '도를 닦는다'고 말하곤 했다.

[4]  창업가가 그러한 강한 자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거대 조직보다 제품팀을 만들기 유리한 환경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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